- 조현자
바위틈새 풀 한 포기
처마 끝 제비, 조각 구름
생명 있는 모든 것, 무생물까지도
사랑하게 해 주세요
앞마당에 놀러 온 까치 소리에
길을 나설 수 있고
차 한잔에도
감사하게 해 주세요
망막의 작은 떨림
심박동의 갑작스러움에도
안절부절 조마조마하지 않게
평안하게 해 주세요
한때 내가 멀리했던 이웃들
무던히 비굴했던 나 자신을 용서하게 해 주시고
알게 모르게 저지른 거짓 행동까지
용서해 주세요
슬픔은 엷은 미소로 가지치기를
어둠은 한줄기 빛으로 물을 뿌려
무관심은 사랑으로 잔디를 깎고 양분을 주어
내 삶의 정원을 잘 가꾸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