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6일 수요일

고독 기형도

고독 기형도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 줄까.
내 음성(音聲)을 만들어 줄까.
잠들지 못해 여읜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울어볼까.
찬 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딛쳐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여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