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6일 수요일

꽃잠

우주 밖의
내 머나먼 고향까지
대궁을 밀어올려
꽃처럼 깨어 있다가
꽃처럼 잠들었으면 좋겠다
화들짝 개벽같이 놀라며
꽃 피어서
눈 동그랗게 뜨고 있는 찰라에
무리지은 별 같은 세월이
손 흔들며 지나가겠다
햇볕도 달빛도
낯선 시간처럼 옷깃을 스쳐가겠다
그 중에 사랑하는 날도 있어서
따스한 눈빛 마주치겠지
목숨 일찍 지기도 해서
내 옆에는 항상
가엾은 나를 닮은
무덤의 관이 놓여 있겠다
내가 활짝 피었던 곳이
잠시 꽃 내밀었던 이승 아닐까
잠든 얼굴이 외려 꽃 핀 모습이겠다
그러니 꽃 며칠 피어 있겠다고
깨어 있는 순간을 견디느라
그 얼마나 힘들었을까
꽃처럼 피어 있겠다고
아니 꽃처럼 잠들어 버리겠다고
한동안 세상을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