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2일 화요일

물꽃

꽃 진 자리가 애처러워
그날 밤부터 비가 내렸다
딱, 일 년만 이별하자고
눈물 흘린 말을 엿들었나 보다
물 같은 세상을 만났으니
꽃 같은 마음만 지니겠다고
꽃 진 자리마다
묵향의 물꽃이 피었다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이
무슨 타오르는 것이 있었나
물처럼 왔다가 가지 말라고
잎새에 불같이 맺혀 있었다
핏줄 속으로 스며든
물꽃 한 송이가
목숨 있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머리에 가득 알을 낳고 가는
꽃길에 눈이 멀어지겠다
물꽃이 사랑에 대한 금식 같아서
목숨 한 그릇 온전히 비울 때까지
밖으로 나가는 궐문 닫아놓고
묵언의 하안거 들어가겠다
몸 풀어 해제하는 날
내안의 상류에서부터 꼬리 흔들며
계곡 아래로 폭포 되어 흘러가는
씨앗들 봐라
천지 사방에 물꽃 피우는 것을 봐라
꽃 지는 시절마다 물꽃 피었다
물처럼 흘러가는 꽃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