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살던 옛집 마당에 햇볕이여,
너는 어쩌자고 그리 서럽게 부서져내리는가?
담장 위에서 고추 널은 멍석 위에서, 툇마루 끝에서
끼리끼리 도란거리다가 나에게 그만 들키고 마는가?
햇볕이며, 어쩌자고 가을이면 내 살던 옛집 마당에
과꽃을 무더기도 피어놓는가?
어쩌자고 그 꽃송이마다 세상을 보는 눈을 달아 주는가?
아무일도 없는데 괜스레 꽃잎들 눈물 핑 돌게 하는가?
살 속의 뼈까지 다 들여다보일 것 같은 날, 너는 알겠구나,
시냇물 따라 떠났던 내 유년의 송사리떼가 이맘때면 왜
살이 통통 오른 새끼들 데리고 상류로 거슬러오르고 싶어하는지를,
물 속 내려다보듯 너, 알겠구나
내 살던 옛집 마당에 햇볕이여, 자두 같은 가슴을 가지고 있던
계집애들은 돌아 왔는지, 그동안 누가 세상한테 이기고 누가 졌는지,
나는 어쩌자고 궁금한 게 많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