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1일 일요일

질주하는 것이 있다

언덕을 산비탈을 기어 오르다
사태 나서 굴러떨어지는
저 바퀴 달린 물건이
신호등도 무시하고 질주疾走를 한다
눈 감고 앞을 향하여 달리는
어린 아해와 같다
달빛도 별빛도 없는 숲속 길을
무작정 달음박질하는
연약한 짐승 같다
저보다 큰 놈에게 부딪히면
발 아래 깔려 흔적없이 사라지리라
저보다 단단한 것에 잠깐 스쳐도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상처 심하리라
그러니 너희들 몇만 살겠다고
승객 가득 실은 큰 배의 큰 차의
운전대를 잡지 말아라
질주疾走하는 것이란
땅 갈라져 무너지는 집에서
산 폭발하여 불이난 마을에서
미친 듯이 달아나는 것이다
현실에서 목숨 온전하게 뛰는 것이다
파도 높고 바람 부는 바다에서
바위 많고 계곡 깊은 산에서
달리지 마라 속도를 내지 마라
저기 거칠 것 없는
아득한 들판에서 초원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맛보려고
본능처럼 달려가는 것이 질주疾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