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3일 화요일

청계천에서......

커다란 짐 싣고 헉헉거리며
자전거 한 대가 힘겨운 질주를 한다
여름내 자외선에 흠뻑 취한 짐꾼의 얼굴은
겨울이 토해낸 맞바람으로 더욱 단단해지고

도도히 흐르는 생명수 그 곁에 앉아
단팥빵과 차갑게 식어버린 딸기 우유를 마시는
백수가 된 어느 가장의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내 아버지를 닮아 가슴이 아려온다

희망찬 물줄기 건너 허름한 포장마차 안에서는
누군가 향긋한 꿀차를 주문했나 보다
코끝으로 다가와 유혹하는 꿀 향이 향기로운데
허름한 상가들은 여전히 침체한 경기로 앙상맞다

온갖 화려한 색상의 네온사인이 깜박이자
겨울바람에 성난 괴성을 내지르는 현수막들은
저마다 대박 기원을 꿈꾸는 주인의 마음을 알까
더욱더 큰 괴성을 내지르며 삐끼 노릇을 한다

며칠 전 군것질 삼아 호떡 두 개를 사먹던
어느 노부부의 그 호떡집은 여전히 썰렁하고
청계천의 가난이 허기진 배를 더욱 쓰리게 한다.


ㅡ 청계천에서...... / 풍향 서태우 ㅡ

나태주 시인의 ´행복´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