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3일 화요일

반달 어미에게

바람 빠진 바퀴 마냥
풍선 마냥 쪼그라든 어미
얼굴도 반쪽, 젖무덤도 반쪽
삭아 더 이상 굴러갈 수 없음에
오늘은 내 머리 위에
반달로 뜰 줄 알았다
반쪽은 어디로 달아났나 찾아보니
어미 가슴을
내가 애타게 국 끓여 먹었구나
어미 마음을 내가 곡괭이로
숟가락으로 저리 깊게 파먹었구나
반만 남은 달
어미는 오늘 무얼 하고 있을까
온달처럼 내 앞길
환하게 비추지 못해도
그림자 크게 키워주니
밤의 들짐승들 피해갈 줄 알았다
꺼져가는 내 목숨 살리겠다고
반쪽을 버렸으니
내 삶의 절반은 어미 몫이다
한 움큼도 안 되는
살과 뼈의 어미를 안아보니
내가 매일같이 먹은 것이
세월의 나이만은 아니었구나
내가 하루처럼 버린 것이
뱃속의 똥과 오줌만이 아니었구나
어미의 눈물을 먹고
어미의 피를 먹고 자랐으니
오늘 밤에 뜬 저 달에게서
늦은 밥상 차려주는 어미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