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9일 화요일

나에게로 가는 길이 더 멀어지고 -최옥-

이제는
너에게로 가는 길이 아닌,
나에게로 가는 길이
더 멀어졌다

해는 늘 등뒤로 떴다
조금씩 내 촛점을 흐리며 저물고

지금은, 문밖에 내어놓았던
한 발을 들여놓을 시간

너의 시선이
옷깃을 스치는 소리에
소스라치며 뒤돌아보다

차디 찬 외투를 벗으면
기대고 싶었던 여린 어깨가
맥없이 무너진다

이 외투처럼 너라는 존재를 벗으면
널 향해서만 돌던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밤마다 달빛에 가리웠던 나를
볼 수 있을까

온몸을 감쌌던 아픔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너 없이도
내가 다시 여물어 갈까

어쩔거나...
너에게로 가는 길이 아닌
나에게로 가는 길이 더 멀어진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