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 서동균
실종자 한 명이 접수됐다
발로 차이고 주먹으로 맞아 찌그러진 철제책상 위에
너덜너덜한 장부를 비추는 햇살의 프리즘
시간을 봉인한 벽을 추적하는
도굴꾼의 트라울*이
창살로 막힌 사무실을 은밀히 들어와
뿌옇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사망 사건이 아니므로 검시기록이 있을 리 없다
두꺼운 표지에 눌려 흐려지는 기억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이름 옆에 쓰인 실종일자가
그들의 족적足跡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조문 리본처럼 타이핑되는 이름들이
서류철의 무게를 늘리고 있다
수사중 접근금지!
철컥철컥 여닫는 캐비넷 서랍에 ´시ㄹ조o´으로 철자가 악착같이 물렸다
트라울의 뾰족한 탐문이 황급히 뒷걸음질치고 있다
2011년 계간 <시안> 가을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