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5일 월요일

강수성의 ´나무는 말을 삼간다´ 외

<말에 관한 동시 모음> 강수성의 ´나무는 말을 삼간다´ 외

+ 나무는 말을 삼간다

나무는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말을 삼가는 것이다.

할 말 있으면 새를 불러
가지 끝에 앉힌다.

새가 너무 말을 많이 하면
이웃 나무의 어깨 위로
옮겨 앉힌다.

동네가 시끄러우면
건너편 산으로
휘잉 새를 날려보내기도 한다.
(강수성·아동문학가, 1940-)
+ 맛있는 말

바닷마을 아주머니
텔레비전에 나오네

가마솥
뚜껑 열고

펄펄 끓는 숭어국
한 국자 떠 주며

잡사 봐!
잡사 봐!

후후
불어 주며

잡사 봐!
잡사 봐!

그 참
맛있는 말

침이
꿀떡 넘어가네!
(유희윤·아동문학가)
+ 가장 듣기 좋은 말

어머니가 하는 말 가운데
가장 듣기 좋은 말.

하루 몇 번씩 들어도
듣고 또 들어도
가장 듣기 좋은 말.

˝인교야,
밥 무로 온나.˝

날마다 먹는 밥인데
질리지도 않고.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말을 저축하는 은행

말을 저축하세요
우리 은행에
한 마디 한 마디
저축한 말들
우리 은행에
차곡차곡 이자가 쌓입니다.
꼭 필요할 때 찾아서
가장 알맞은
지혜의 말로 빛나게 쓰고
나머지 말들은 그대로 두세요.
우리 은행에
말을 저축하세요
생각이 깊은
우리 은행의 이자는
듬뿍 넘치는 지혜입니다.
(정갑숙·아동문학가, 1963-)
+ 꼬리뼈가 하는 말

계단에서 넘어져
꼬리뼈에 금이 갔다.

걸을 때도
앉을 때도
웃을 때도 찌르르쿡쿡쿡

꼬리는 없지만
몸 속에 작은 뼈로 남아
잘 걸을 수 있게
잘 앉을 수 있게
잘 웃을 수 있게
도왔다는 걸
아프면서 알았다.

찌르르쿡쿡쿡
꼬리뼈의 말
들을 수 있게 됐다.
(정진아·아동문학가, 1965-)
+ 무렵

아버지는 무렵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무렵이라는 말을 할 때
아버지의 두 눈은 꿈꾸는 듯하다.

감꽃이 필 무렵
보리가 익을 무렵
네 엄마를 처음 만날 무렵
그 뿐 아니다
네가 말을 할 무렵
네가 학교에 갈 무렵

아버지의 무렵이란 말 속에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묻어 있다.

나도 유치원 무렵의 친구들이 생각난다
나에게도 아버지처럼
무렵이란 말 속에는 그리움이 배어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무렵이란 말을 떠올리면
그리운 사람이 어느새 내게 와 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좋은 말

말은 씨앗이지요
민들레 홀씨 마냥
마음밭에 떨어지면
싹이 나고 꽃이 피는,

좋은 말은 향기와
좋은 열매를 맺어
기분이 좋아지게 하고
그늘이 사라지게 하지요
(차영섭·시인)
+ 참새네 말 참새네 글

참새네는 말이란 게
´짹 짹´뿐이야.
참새네 글자는
´짹´ 한 자뿐일 거야.

참새네 아기는
말 배우기 쉽겠다.
´짹´소리만 할 줄 알면 되겠다.
사투리도 하나 없고
참 쉽겠다.

참새네 학교는
글 배우기 쉽겠다.
국어책도 ˝짹짹짹......˝
산수책도 ˝짹짹짹......˝
참 재미나겠다.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말이 다르니까

병아리 말, 뾰약뾰약
비둘기 말, 그그그그
참새 말, 찌액찌액
꿩 말, 끄웡끄웡

말이 다르니
모양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네.

수돗물 말 쓰아아쓰아아
도랑물 말 도로돌도로돌
강물의 말 처처철 처처철
바다의 말 촤아악촤아악

말이 다르니
소리도 다르고
냄새도 다르네.

충청도말, 하지라유
전라도 말, 했뿌러
경상도 말, 하랑게
제주도 말, 했수까

말이 다르니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먹는 것도 다르네.
(김자연·아동문학가, 1960-)
+ 귀

입의 문
닫을 수 있고

눈의 문
닫을 수 있지만

귀는
문 없이
산다

귀와 귀 사이
생각이란
체 하나
걸어 놓고
들어오는 말들 걸러 내면서 산다.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무서운 말

게임 아바타 빌려주고
떡볶이 얻어먹으며
˝야,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쉽게 말했는데

아빠 어릴 적 이야기 들으면

콜라와 주스 얻은 대신
구수한 숭늉 잃고
컴퓨터 게임 얻은 대신
골목길 친구들 웃음소리 잃고
편리한 자동차 얻은 대신
푸른 하늘과 맑은 바람 잃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


무서운
말이다.
(박선미·아동문학가)
+ 눈으로 듣는 말과 소리로 보는 춤

꽃나무들이 말을 하지 못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저 고운 몸짓으로 손짓으로 눈짓으로 하는
아름다운 말 좀 들어보세요.
나무들의 아름다운 말이 들리시나요?
소리의 요정들이 아름다운 춤을 추지 못한다고 말하지 마세요.
숨어있던 고 작은 바이올린 속에서 나와 추는
저 아름다운 춤 좀 구경하세요.
소리로 추는 아름다운 춤이 보이시나요?
(이화주·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김영천의 ´연탄재의 유언´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