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0일 금요일

아내의 구두를 닦으며

아내의 구두를 닦으며

철야로 애무할 때 보았던
매끈하고 보송보송한 아내의 발이
때 절은 구두 속에서 신음하였었다니

삶이 고단하다 싶을 때도
견고히 무게중심을 잡던 아내의 발이
겨우 보조개만한 구두에 의지하였었다니

남편과 자식을 울타리 삼아
그 안에서 걱정 모르는 줄 알았더니
해진 구두와 함께 분주하였구나

아하 그렇구나
아름다움과 행복이 이 안에서 나왔구나
이 작고 볼품 없는 구두 안에서
- 이성룡 시집 ´서풍에 밀려온 아프로디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