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소를 타고 있네
아지랑이 이는 봄산 기슭을
느릿 느릿 걸어가네
누렁소, 등에 탄 소년이
보리 피리를 불어 불어
겨울 산하를 깨우네
버들개지를 간지럽히네
멀리 남풍을 부르네
검은 이랑이 물결치네
소의 양 뿔 사이
봄날 풍경이 흔들리네
얼어붙은 강물이 풀리네
잠든 풀잎이 깨어나네
느릿 느릿
봄날 들판을 걸어가는
진흙소를 탄 소년이
신라 법흥사 법회를 위해
소의 젖힌 양 뿔 사이
법상을 받쳐 놓고
대승기신론소를 급히 쓴
원효대사를 닮아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