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5일 일요일

이무일의 ´조약돌´ 외


<조약돌에 관한 시 모음> 이무일의 ´조약돌´ 외

+ 조약돌

수천 년을
갈고 닦고도
조약돌은 아직도
물 속에 있다

아직도
조약돌은
스스로가 부족해서

물 속에서
몸을 씻고 있다
스스로를 닦고 있다
(이무일·아동문학가)
+ 조약돌

강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떠나 온
고향 이야기에
밤새는 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닮은 형제들
어쩌면
고렇게도 다정할까.

해맑은 햇살로
세수하고
물새 울음도
가슴에 차곡차곡
새겨 두는 아이들

헤어지지 말자고
손을 꼭 잡고
별을 보며
꿈을 꽃피우는
오순도순
그리운 친구들.
(진호섭·아동문학가)
+ 조약돌

파도에 씻기고 씻겨
억겁을 견디어 온
조약돌 하나를 키운다
희망을 담아서

그리움 추스르고
조용히 말없이 살아 온
물밑 외돌톨이
슬픔을 담아서

둥그스름한
아버지 눈망울 닮은
조약돌 하나를 키운다
사랑을 담아서.
(양봉선·아동문학가)
+ 조약돌

바닷가 기슭
꿈꾸는 악동
밀려오는 파도에
이리 씻기고 저리 깎이며
반짝이는 꿈속에 산단다

바람이 들려주는 세상이야기
모든 것 다 아는 듯한
푸른 하늘의 미소
때론 짓궂은 햇빛에
몸이 뜨거워 뒤채도
소낙비가 식혀주기도 하지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와도
더욱 반짝이는 꿈속에 산단다
(최봄샘·시인)
+ 조약돌

계곡을 따라서
부서지고 구르다
아픔이 지난 후에야

세상을
그래도 안다고
말할 수가 있겠지.

언제나
너를 닮을까
조약돌 하나.
(김희철·시인)
+ 조약돌

아이야
너는 커서
조약돌 되거라

빗물에 씻기고 갈리어
둥글어진 돌
부딪쳐도 다치지 않고
길가는 이 채일 리 없겠지

흙에 묻혀 모난 돌
세상에 나오면
작은 충돌에도 아파하며
다른 이도 걸려 넘어지겠지

아이야
너는 커서
잘 참고 견디는
조약돌 되거라
(장미숙·시인, 충남 홍성 출생)
+ 조약돌

태초에
절벽에서 떨어졌다.
우린.

비바람에 금방 굳어지고
달빛에 금새 뜨거워지는
다혈질이다.
우린.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한 울 안에 모여
동글동글 몸 비빈다.
우린.

어디에 던져진들
겨루고 다툼 없이
늘 누워서 속삭인다.
우린.
(박경현·시인)
+ 조약돌

저 멀리 아득히
먼 산에서 내려와

그토록 거칠고 미웁고
못생긴 시냇가
어느 이름 없는 돌멩이를

그토록 둥글고
아름다운 조약돌을
만드는 것은

끝없이 흐르면서 부드럽게
소리 없이 쓰다듬는
세월의 물결이다
(최수홍·시인, 전북 부안 출생)
+ 조약돌

수십 리 흘렀지
거칠게
부드럽게
얻어터지며
푸른 강
붉은 강
밤낮 없이
깊은 바닥을 굴렀지
노을로 울었지

이름 모를 강가
이제사 뙤약볕에 쉬는
이름 없는 이 몸
되새김하는 일소 눈망울 닮았다고
멋대로 차지 마라.
부드럽고 작은 이 놈

허! 그것 봐
수십 개 화살이 되어
어둠 속 달려가 박히는
부서져 가루가 되어도 제 몫이 있는 이 몸
(김기홍·시인)
+ 조약돌

눈도 귀도 입도 없다
세월 밖으로 나앉아
바람 속에 서면 바람이 되고
물 속에 서면 물이 된다

바람의 가난한 마음
물의 추운 마음이
서로 만나 가슴 비비고
기쁨과 슬픔이 마주 껴안는다

거친 세상 물결에 깎이며
시간의 껍데기만 단단히 안고
둥글게 둥글게 살지만
마음을 지키는 마음은 외롭다.
(장덕천·시인)
+ 예송리 조약돌

예송리 바닷가
하늘 문이 열리고 난 이후
종교보다 깊은 믿음을 찾고자
빡빡 머리를 밀고 수행을 하는 고승이 있네

수많은 세월을
고독 속에 잠기어
해조음을 들으며
정해진 기간도 없는 고행의 길

득도(得道)를 하신 곳,
바닷가 허공에는 염주알이 쏟아진다
(김남복·시인, 전남 목포 출생)
+ 조약돌

지문에 새긴 세월 헤아리듯
물무늬 푸른 지문을 풀풀 풀어헤쳐
강바람 살여울에 세상을 베어낸 아픔
천 년 세월 모진 세파 견디며
피맺힌 가슴속 몸살 앓는 조약돌이
돌돌돌 훌쩍거리며 한숨 뜯어내다
바닥으로 구르는 눈물자국으로
깊고 깊어진 수심, 어쩌자고
물이끼 시퍼렇게 자라는 마음 한구석
나조차 모질게 갉고 있는 바람 한 움큼
(문근영·시인, 대구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김미혜의 ´딱정벌레 한 마리´ 외 "> 정호승의 ´무지개떡´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