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6일 월요일

미용실에서

미용실에서
/ 架痕 김철현

남자 하나,
가위를 휘저으면
검은 눈꽃이 팔랑 떨어지고
여자 하나 빗질에
무거운 세월은 벗겨진다.

일흔 노인의 무게가
솜털처럼 가벼워지도록
손녀 같은 여자한테
풍 맞아 흔들리는 머리
통째로 내어맡긴다.

골치 아픈 세상도
옴짝달싹 못 하는
이 놈의 썩은 명리(名利)도
겨우 돌아 간 입 놀리며
소리 없이 싹둑 잘라내라 한다.

거꾸로 가는 세상이야기는 그래도
선반에 놓인 TV에 그려진다.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교육부의 입장.........“
“사학법 개정을 위한…….”

남자하나, 여자하나
여전히 살벌하게 가위들고
떨어진 눈꽃을 밟아 뭉갠다.
이리저리 빙빙 돌아
달구놀이 하듯 다진다.

노인은 말한다.
꽉꽉 밟아 다시
고개 쳐들지 못하도록
납작거리라한다.
끝내 터져 나오지 못하는 몸짓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