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전원 스위치를 내리듯
일년간의 긴 휴식인 해 거리를 한다
다음해가 되면 그 어느 때 보다
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
지금, 눈 들어 산들바람에 나부끼는
나무 한 그루를 가만히 보라
무슨 소리 들리는가?
뭐라 우쭐대는가?
그저 제 할 일만 하다 다시
조용히 사라지는 나무들이다
꽃을 피웠는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언제나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그냥 서있을
뿐이다. 나무는 그러한데
나는 아직도 낯선 장소에서
길을 잃어 표지판을 기억하려는
아이처럼 눈에 들어오는 것을
머리에 새겨 넣으며
요란하게 떠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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