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난한 풀밭에
젖은 햇살로 걸리던 이여
그 길을 위하여
층층이 걸어놓은 암호마저
기꺼이 풀어버린 것을
너는 아니
그러나 네게로 이르는 길은
내 가난한 영혼이 빠져나가기에도
턱없이 좁아
쪽문 하나 제대로 내걸 수 없는
중심의 사연을 짐작이나 하는 거니
목덜미가 젖은 풀잎들은
그리워
햇살의 골목이 그리워
헐렁한 노래들을 저리 산란하고 있는데
빛과 어둠 사이
만질수록 덧나는 상처 사이
이제는 푸른 웃음하나
떼풀로 자라고 싶은 것임을
볕바른 산비알의
꽃말이 되고 싶은 것임을
너는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