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5일 수요일

오늘 알았습니다 -이향아-

만일 누가 꼬치꼬치 후생을 묻는다면
들꽃으로,
들꽃 중에도 쑥부쟁이로
찬란한 그 적막을 견딜 수 있을는지 모르지
휑한 대낮 수직으로 내리꽂는 해
피 흐르는 사랑을 견딜 수 있을는지 모르지
내가 정말 다급하게 후생을 믿는다면
물가 모래톱을 홀로 걷는 새,
새 중에도 백두루미 날개가 되었으면
그 흰 빛으로 눈이 멀지 않을까
평생의 단 한 번 목을 찢는 울음
춤출 수 있을까 모르지
모르지

나 이렇게 결심하기로 했네
목숨이 어리석어 두렵습니다
환생이란 죽기보다 어렵습니다
엎드려 오늘이나 눈을 뜨게 하옵소서
업신여기던 어느 풀, 어느 짐승도
나보다 나은 줄 오늘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