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4일 토요일
안영선의 ´독도에 가 봐´ 외
<독도에 관한 시 모음> 안영선의 ´독도에 가 봐´ 외
+ 독도에 가 봐
넌 알고 있었니?
난 바위섬에
갈매기만 살고
지키는 사람만 있는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아니야
민들레도 피고
해국이 온 산에 피어있어
참나리도 피고
호랑나비도 있어
우리 동네에
있는 건 다 있어
고기 잡으며
사람도 살고
빨간 우체통도 있고
전화도 되고
그래, 그래
우리 나라가 맞아.
(안영선·아동문학가)
+ 독도는 우리 땅
홀로 떨어져 있지만
외롭지 않아요
배달의 얼이
함께 도우니까요.
독도는 우리 땅
모래알처럼 작아도
부셔지지 않아요
7천만 나라사랑
함께 뭉쳤으니까요.
독도는 우리 땅
이웃 쪽발이 넘보지만
웃기지 마세요
또 한번 까불다간
천벌 받을 테니까요.
(오영근·시인, 1934-)
+ 독도에 갈 때엔
독도에 갈 때는
반드시 친구와 같이 가지 않아도 될 일이다
거기엔 수많은 괭이갈매기들이 친구 되어 줄 테니까
독도에 갈 때는
더위 걱정으로 손부채를 갖고 가지 않아도 될 일이다
거기엔 사시사철 시원한 천연바람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독도에 갈 때는
사치스런 외로움 같은 것 챙기지 않아도 될 일이다
거기엔 몸이 머물러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외로우니까
독도에 갈 때엔
국토사랑 같은 것 미리 염두에 두고 가지 않아도 될 일이다
거기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그대는 애국자가 될 터이니까
(오정방·시인, 1941-)
+ 독도
비바람 몰아치고 태풍이 불 때마다
안부가 걱정되었다.
아둥바둥 사는 고향, 비좁은 산천이 싫어서
일찍이 뛰쳐나가 대처에
뿌리를 내리는 삶.
내 기특한 혈육아,
어떤 시인은 너를 일러 국토의 막내라 하였거니
황망한 바다
먼 수평선 너머 풍랑에 씻기우는
한낱 외로운 바위섬처럼 너
오늘도 세파에 시달리고 있구나.
내 아직 살기에 여력이 없고
너 또한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듯
그 누구의 도움도 바라지 않았거니
내 어찌 너를 한 시라도
잊을 수 있겠느냐.
눈보라 휘날리고 파도가 거칠어질 때마다 네
안부가 걱정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믿는다.
네 사는 그 곳을
어떤 이는 태양이 새 날을 빚고
어떤 이는 무지개가 새 빛을 품는다 하거니
태양과 무지개의 나라에서 어찌
눈보라 비바람이 잦아들지 않으리.
동해 푸른 바다 멀리 홀로 떠 국토를 지키는 섬.
내 사랑하는 막내 아우야.
(오세영·시인, 1942-)
+ 대한민국 독도
동해바다 가장 깊은 곳에 뿌리 내린
대한민국의 꽃 무궁화 두 송이
오래오래 시들지 않는 향내
소리 없이 휘감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름다운 그대의 나의 알몸.
(정성수·시인, 1945-)
+ 독도는 고독하지 않지
독도(獨島)는 고독하지 않지
그것은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
동해의 파도 속에서 늘 백의민족처럼 늠름하지.
(정성수·시인, 1945)
+ 독도로 가는 여인
독도에서 살겠다고
독도로 떠나는 여인
편부경은
´독도 우체국*´
우체국장이다
우편번호 799-805
빨간 우체통에서 꺼낸 편지를
갈매기들에게 전하며 살겠다는
편부경
그녀는 햇살이 강한 여름날
일본 대사관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일인 데모를 하다 쓰러진
유관순이다
달랑 여행가방 하나 들고
독도로 향하는 배에 오르자
독도에서 날아온 갈매기들이
일제히 그녀의 얼굴에 뽀뽀를 한다
독도는 그녀가 있어 행복하다
(이생진·시인, 1929-)
+ 독도, 독도여
불러 본다
돌아서면 그리운 이름
바라볼수록 아득한
그대 얼굴을
잠 속으로 꿈으로
향기로운 알몸으로
채송화 패랭이꽃 무더기로
내 안에 가득한 그대
그리움이 흘러
바다를 이룰 때까지
가슴속 응어리
바위가 될 때까지
그대 이름을
부르고, 부르고 불러 본다
(편부경·시인)
* 편 시인은 2003년 주소지를 경기 고양시에서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리로 옮겨 놓았고 2006년과 올해에는 부재자 투표를 할 만큼 독도 사랑이 남다르다.
+ 독도, 그 이름으로 영원하라
독도에서 투표를 한다
불러 보았는가
목젖 따가운 사무침으로 통곡해 보았는가
겨레와 나라 위해 뜨거운 눈물로 사랑의 이름 향해 내달려 보았는가
너희가 아느냐
칼바람 딛고 모국어로 키워내는 풀꽃들
옹이발로 엮은 돌계단에 다져진 땀방울
사방 빛나는 보초병의 눈동자
세기 이래 한바도 우뚝한 피뢰침을
너의가 보았느냐
동도와 서도사이 타오르는 햇살
어린 새를 보듬는 독도의 너른 품
섬 핏줄 타고내린 샘물의 향기를 머금어 보았느냐
너희가 모르느냐
대한민국 부속도서 독도리 마을 울릉 어민 너른 텃밭 심해 비경을 보아라
두둥실 물결건넌 민주의 손들
만세를 다짐하며 가리키는 방향
2006년 5월 25일 아름다운 이 날을
기억하라
어두웠던 과거부터 천년 이후에도
독도는 독도
대한민국 민족의 자존 어린 영토다.
이사부 안용복 의용수비대
수호영혼 숨결 가득한 동해의 심장이다
역사가 가르치는 낱낱한 참고서다.
조국의 항해 인도하는 등대 불빛이다
고유한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라
독도! 이대로 자손만대 영원하리니
(편부경·한국시인협회 독도지회장)
+ 독도 예찬
세계의 하루가 동트는 첫 햇살에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독도여
아름다움이 고독의 신비로움을 머금고 여명을 거두면
정결한 네 몸은 파도에 씻기는구나
이 땅의 금수강산을 향해 해가 떠오를 때마다
온 겨레의 가슴을 열고 해맞이하는 독도여
동방의 해 뜨는 나라에서 빛에 실려 오는 네 소식에
세상은 귀를 기울이며
아침마다 파수꾼처럼 빛을 전하는 너에게서
맑고 평화로운 하루의 징후를 반기는구나
꿈이 열리는 영원의 바다 위에서
神의 숨결을 푸르게 호흡하는 독도여
동도와 서도의 순결한 기상으로 눈뜨고 있는 너에게서
날마다 태고의 정의가 빛으로 솟구치는구나
전설의 기억처럼 아득한 수평선에 감추어진
태평양의 성소인 독도여
어느 누구도 탐할 수 없는 너에게서
인류의 진실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날 때
소멸하는구나, 어둠 속 거짓들이 소멸하는구나
(이인평·시인)
+ 독도는 슬프다
독도는 슬프다
홀로 잠을 이루지 못해 더욱 슬프다
밤마다 눈뜬 슬픔의 뱃머리들이
접안을 꿈꾸며 높은 파도를 타고
외따로이 묵상하는 너는 용서의 섬이다.
먼 바다를 날으는 새들의
바다 시계(時計)다
일출과 일몰이 함께 하는 섬
풍랑이 바람 되고
바람이 괭이 갈매기 되어
흰 눈처럼 날으는 섬
단 한번도 몸을 허락하지 않은
눈물방울 같은, 그래서 독도는 더욱 슬프다
(김종철·시인, 1947-)
+ 독도는 독도다
까치놀 깜박이며
먼 수평선 지워질 때
신라 천 년의 거북이
천만 마리가
한반도의 맨 동쪽 끝
독도의 하늘까지
무지개빛 다리를 놓고 있네
장삼이사 김지이지
한 삼천만 명쯤
구름처럼 몰려나와
울릉군 독도리 암섬 숫섬에서
뱃길 밝히는 등대 위에서
˝독도는 독도다!˝
소리치고 있네
화산암 틈에 낳은
바다제비 알에서도
물녘에 핀 괭이밥에서도
단군 할아버지가
흰 나룻 쓰다듬으며
˝독도야 독도야˝ 맨 막내 손자 부르고 있네
(오탁번·시인, 1943-)
+ 독도
그냥 독도인 줄 알았다
이름처럼 그저
외로운 섬인 줄만 알았다
뭍에서 절은 기름 때
다 씻어내야 받아들이겠다며
수평선을 흔들어대던 너울
무엇이 여기까지 날 데려왔는지
그 이유마저 까무룩 잊어버린
바로 그 순간
벼락치듯 펼쳐지던 암벽
아니다 아니다
도리질하며 살아온 내 앞에
심연의 바닥을 차고 올라와 우뚝 서는 독도
내 홀어머니를 닮은 섬이여
어둑살 깔리는 서울의 거리
길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먼 메아리처럼
네가 나를 부른다
´내게로 오라, 나는 외롭지 않다´
(김소양·시인)
+ 독도에 가려거든
흐린 하늘 아래
넘실대는 바다 위에
두 개의 바위섬은
몇 겁을 지나온 듯
검회색의 바위엔
흰 꽃들이 피었구나.
넘실대는 검은 바다
흐린 하늘 사이로
치솟은 듯 꺼진 듯
동도와 서도는
하늘을
오르고 내리는
신인神人의 통로인 듯
동해바다
독도에 가려거든
흰옷 갈아입고 맑은 물 마시며
백일을 기도하라.
(노민석·시인)
* 엮은이: 정연복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선용의 ´섬은´ 외"> 오세영의 ´울릉도´(鬱陵島)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