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어이 훠어이 참새야 멧새야 울 엄니 무덤가 풀씨좀 먹지 마라
아홉살 소년은 햇살 떠오르자 날아든 새떼들을 향해 겉옷을 벗어
허수아비 춤추며 속살 익는 줄도 모르고 땀을 쏟아 내고 있었다
주검처럼 들이닥친 태풍에 실날같은 목소리 남기고 홀로 떠나버린
무정한 어머니, 겉옷 한 벌 남기고 넉넉한 곳으로 떠나신 어머니
햇살 잦아드는 양지언덕 따순 햇살로 겉옷 삼아 편안히 잠드소서
햇살 따라 좇아온 새떼들 무덤가 둘앉아 돋아난 잔디잎 뜯고 있네
훠어이 훠어이 참새야 몹쓸 새야 차리리 이몸을 뜯어 먹으렴
아홉살 소년은 돌칼에 제팔뚝 찢기워 달콤한 핏줄기 콸콸 쏟아내어
허기진 새떼들 배불리 먹이며 아리한 웃음으로 어머니곁 잠들었다
후루쾅 부수수 천둥 번개 비내리던 밤 지나 주검같은 고요의 아침
무덤가 한켠 우뚝 솟은 코코넛 나무에 주렁주렁 열매 달려 춤추니
나그네와 산새들 찾아와 목축이며 외로이 잠든 소년을 달래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