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9일 수요일

겨울밤의 압축파일

와이퍼로
닦아내도 닦아내도
지워지지 않는 어둠이
가슴까지 차올라 와 있다.
발목까지 쌓인 눈발은
자정이 지나서야 겨우
가던 길을 멈춰 섰다.
낮에 사온 곰 인형을
꼭 껴안고 잠든 딸아이는
엄마 자장가가 된
은은한 조명등 아래서
풍선 같은 꿈속에 젖어 있다.
자정이 지나자
낮 동안의 기억의 전원이
모두 꺼지고,
일과 시간의 을지연습 같은
모니터가 잠들고,
세상 모든 주파수가
off line으로 숨어 버렸다.
배란다 창문 사이로
얼굴 내민
가로등 불빛은
달빛에 섞인 노란 鄕愁를
연하게 달래준다.
온순한 색깔과
느슨한 심성의
카푸치노 커피 향이 된
겨울밤의 이야기가
압축파일로 잠든
밤의 HDD를
당도 높게 부팅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