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리라고 믿었던 것들이
가볍게 깨지는 순간이 있다
벽에 못 박아 걸어두었던 거울이
손대지도 않았건만
뚝, 떨어져 산산조각 부서지고
허공에 매달아두었던 달도
등성이 넘어가기 전에
어느 틈에 이지러져버린다
손가락에 낀 반지는
해 지나가지도 않았건만
늘 한 쪽 모서리가 쉽게 닳아
어디로 달아났는지 모르게 잃어버리고
한 줄 맹세의 언약은
하루아침에 쓸모가 없어져
자주 가로 세로로 찢어지는 법이다
흙이나 모래라고 믿었던 것들이
가볍게 단단해지는 순간이 있다
물 먹은 진흙에서
망치로 내려쳐도 부서지지 않는
陶器도기를 만들고
바다 속의 모래를 불에 집어넣어
방탄의 유리를 만든다
결단코 부서지지 않는 마음
깨지지 않는 정신이 금이다
아니 저 깊고도 깊은
거울 속에서부터 달 속에서부터
몸 부서지고 뼈 깨져서
새로 거듭나는 것이 쇠다
파경破鏡이라는 것
그것이 金剛금강이고 般若반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