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
-도종환-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며는
이 땅의 가장 순박한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나룻배 타고 강 건너며
강물위에 반짝이는 아침 햇살 만지며 오는 아이
등교 길에 들꽃 여러 송이 꺽어와 교탁에 꽂는 아이
과일 냄새 흙 냄새가 단 내로 몸에 배어 달려오는
그런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며는
파도를 가르며 이 땅의 가장 궁벽진 섬으로 갑시다.
어젯 밤 갱도에 아버지를 묻고 검은 눈물 자국
아직 지워지지 않는 아이들 곁
지게마다 가득가득 빈군을 지고 한평생 땅을 파다
얼굴및이 흙빛이 된 아버지를 둔 아이들 곁으로 갑시다.
그들이 삼킨 눈물
그들이 귀에 못박히도록 들은 신음 곁으로 갑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며는
거짓이 없는 학교로 갑시다.
아이들의 초롱한 눈 속이지 않는 학교로 갑시다.
올곧은 말씀 진신한 언어로 가득 찬 교과서를 들고
교실문 들어설 수 있는 학교로 갑시다.
끝 종 소리 들으며 진리를 바르게 가르친 보람으로
가슴 뿌듯해 오는 그런 학교로 갑시다.
가서 티끌 만한 거짓도 걷어내는 선생님이 됩시다.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며는
휴전선 철조망 바로 아래에 있는 학교까지 갑시다.
가서 우리가 새로이 하나 되기 위해 몸 던지는 선생님이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