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2일 수요일

최다원의 ´성형 받고 싶다´ 외


<외모에 관한 시 모음> 최다원의 ´성형 받고 싶다´ 외

+ 성형 받고 싶다

요즈음
성형이 유행하는 시절이지만
나는 꼭 고치고 싶은 부위가 있다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두 눈을 교정 받고 싶다
인품을 가늠해 볼 수 있는 心眼
성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開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千里眼
긍휼의 마음을 볼 수 있는 明眼
의로움을 분별할 수 있는 義眼
안개처럼 희미한 나의 시력을 높이고 싶다
(최다원·화가 시인)
+ 내 얼굴 - 검버섯

내 얼굴에 검버섯이 많아요
섬에 다니며 하나씩 생긴 것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레이저로 없애 버리래요
그럼 내 얼굴도 없어지는 거 아녀요?

그냥 둘래요
(이생진·시인, 1929-)
+ 미용 성형수술

오, 껍질의 변신이여!
거울의 미소는 실소(失笑)였다.

박(珀)마다 아름다움
따로 따로 있거늘
천연(天然)의 정기(精氣) 파괴되다.

만족 못할 리모델링
(이종섭·시인)
+ 성형 수술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라고
눈을 다듬는다
잘난 척하지 말라고
콧대도 조금 낮춘다

세상에 대한 불평
사람에 대한 편견
교만, 자존심, 이기심을 향해
메스를 댄다

미간의 주름도 편다
가슴을 열고 나쁜 버릇들을
도려낸다

아아 나는
쓸데없는 아집으로
얼마나 괴로웠던가

모두가 욕심을 합리화하기 위해
말의 성찬들을 차리지만
우리는 이미 안다
침묵하는 부분에 대하여

겉은 겉대로 속은 속대로
찌들고 찌들어버린 내 모습

이제부터라도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기원하면서
내가 나에게 칼을 댄다
성형수술을 한다
(신혜림·시인, 서울 출생)
+ 흔들리는 美人圖

이백 년 거슬러 올라 조선 미인을 만났다
복스런 얼굴 윤곽 크지 않은 외까풀 눈
당당히 제 자리 지키며 꾸밈없이 앉았다

반듯이 자리잡은 더뷰티 로얄성형
달덩이 아가씨 둘 층층 계단 오른다
얼짱 꿈 칼날에 실은 아픈 그림 봤을까

무슨 라인이라야 제대로 대접받는
짜맞춘 미를 찾아 내면이 흐려지는
버리고 다시 그려야할 흔들리는 미인도.
(최성아·교사 시인)
+ 성형 수술

5.5 와 6 이 만나서 언니, 동생 하자며
의좋게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55 가 6 을 만나더니
야! 너 나도 몰라! 언니 보고 인사도 않니?
6 이 기가 막혀 너 무슨 소리야? 하니
응. 어제, 나 점 (.) 뺐거든!

세상은 좋은 세상이라
얼굴도 리모델링 한다.

대머리 총총 머리칼 심어 주고
이마에 패인 골은 보톡스로 메워대고
두터운 눈꺼풀은 면도날로 두 줄 긋고
은 망치로 두들겨서 납작코 높여주고
희 누런 이빨마다 하얗게 덧칠하고
대패로 턱 뼈 깎아 갸름하게 만들어 대고
젖가슴 키워 놓고 뱃살은 모두 빼고
피 묻은 공사가 고을마다 한창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저승사자 내려와서
엉뚱한 놈 잡아간다.
염라대왕 화가 나서 사표를 내고 보니
우리나라 남녀노소 수명이 길어졌다.
(유응교·건축가 시인)
+ 얼굴 못 생긴 아이의 꿈

키도 작고 못생긴 아이가 꿈을 꾼다
호도알처럼 야무진 꿈
깨어지지도 않는다

애야 안 된다 코가 작아서 눈이
작아서 입이 작아서 귀가
작아서 안 된다
그런데도 아이의 꿈은 그게 아니란다
목에 매달려 앙탈을 부린다

대통령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고
임금님이 하늘로부터 점지되듯
또한 그런 것도 아니지만 여하튼
어려운 문제란다 애야 더 자라거라
아이는 막무가내 졸라댄다
대통령이 좋아 대통령을 하겠다고
새 대통령이 되어 새나랄 건설하겠다고
얼굴 못생긴 아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아무려면 꿈인들 못 가지랴
아저씨의 꿈도 어릴 땐 그랬단다 그러나
애야 그게 아니란다 아무도
바람 일어도 바람 죽어도
시냇가 돌처럼 돌아가는 팽이도
그러나 그게 쉽게 말해 질 수는 없단다

귀가 크다고 입이
크다고 눈이 크다고 코가
크다고 그래 얼굴 못생긴 아이야
그건 죄가 아니란다

깨뜨려도 깨어지지 않는 꿈을 가지고
돌아서서 어느덧 성년이 된
성년이 되어도 꿈을 버리지 못하는
얼굴 못생긴 아이야 그게 아니란다
대통령은 네가 심는 거란다
(강영환·시인, 1951-)
+ 억울하고 또 억울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
응어리가 맺히게 하는 세상

티끌로 가득한 자들이
감히 정상을 넘보는 세상
또 그렇게 되는 세상

탐욕과 성공만을 위해
일로매진하는 아이들이
남을 밟고 일어서는 세상

외모가 그럴듯하지 않으면
먹고살기도 어려운
성형공화국으로 불리는 세상

아무리 기원해도
쉬 변하지 않을 것 같아
억울하고 또 억울한
이 세상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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