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9일 토요일

나는 또 당신 곁을 떠나지만 [도종환]



나는 또 당신 곁을 떠납니다.
그러나 떠나면서도 나는 당신께 돌아갑니다.
당신이 내 안에 있고 내가 당신 속에 있었으므로
나는 늘 당신께로 돌아갑니다.
쌓인 눈이 다 녹지 않았는데도 풀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봄이 미리 오듯이
내가 떠나려 서두르는 동안
당신은 이미 내 안에 와 있습니다.
내가 올려다보는 하늘보다
당신이 내려다보는 땅 더 가까이
당신은 내려와 있습니다.
나는 또 당신 곁을 떠나지만
그래서 영원히 당신을 떠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