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도 그대가 있습니다
눈오는 날은
다복솔처럼 눈을 뒤집어쓰고
눈발 속에서 씨익 웃고 섰는 그대
까치가 감나무 가지에 앉아
소가지 부리다가
조반을 거른 채 산길을 보러가고
흰빛이 위대한 아침입니다
더 깊이 사랑하지 못한 것이
그 일이 그리 중한지
미처 알지 못한 죄로
사계절 내내 허리가 휘고
그리워하는 일보다
후회하는 일이 더 힘이 듭니다
산길 보러간 심부름꾼이
한나절 기울 때 돌아와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해도
못 알아들어 애끓입니다
그리움은 점점 켜켜이 쌓여가고
저물도록
눈오는 소리만 귀 세워 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