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7일 월요일

트루게네프의 언덕

나는 고개길을 넘고 있었다......그때 세 소년거지가 나를 지나쳤다.
첫째 아니는 잔등에 바구니를 둘러메고, 바구니 속에는 사이다병,
간즈메통, 쇳조각, 헌 양말짝 등 폐물이 가득하였다.
둘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셋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텁수룩한 머리털, 시커면 얼굴에 눈물 고인 충혈된 눈,
색 잃어 푸르스럼한 입술, 너들너들한 남루, 찢겨진 맨발
아아 얼마나 무서운 가난이 이 어린 소년들을 삼키었느냐!
나는 측은한 마음이 움직이었다.
나는 호주머니를 뒤지었다. 두툼한 지갑, 시계, 손수건......
있을 것은 죄다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이것들을 내줄 용기는 없었다.
손으로 만지작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다정스레 이야기나 하리라 하고 ´얘들아´ 불러보았다.
첫째 아이가 충혈된 눈으로 흘끔 돌아다볼 뿐이었다.
둘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셋째 아니도 그러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너는 상관없다는 듯이 자기네끼리 소근소근 이야기하면서
고개를 넘어갔다.
언덕 우에는 아무도 없었다.
짙어가는 황혼이 밀려들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