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8일 토요일

말랑말랑한 금고

창고를 열어젖히자
썩은 내가 진동을 한다
금은 보화는 사라져 버리고
매장도 못한
시체만 널브러져 있다
살과 뼈를 파고든
벌레만 들끓고 있다
도굴한 흔적이 아직도 남아서
쇠문이 부서져 있고
한 차례 물길 휩쓸고 간
폐허처럼 건질 것이 하나 없다
무심한 동굴같이
찬 바람만 불어온다
먼저 차지하면 임자라고
제가 주인이라고
꿀꺽 삼켰던 도둑이 잡혔다
손가락에, 목에 지녔던
빛나는 삶들을 빼앗아
머리에 쓸 관을 만들고
하루를 보낼 궁을 지었다
금 그릇에
은가루를 뿌린 고기를 먹었다
제 배만 채우는 짐승같이
어떤 열쇠로도 결코 열 수 없는
금고에 가두어야 할
욕망의 마음이 있다
볕 들어오지 않는 무덤 속의
말랑말랑한 육신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