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1일 화요일
신새별의 ´어깨동무하기´ 외
<함께 사는 삶에 관한 동시 모음> 신새별의 ´어깨동무하기´ 외
+ 어깨동무하기
어깨동무하고 몰려다니는
구름들.
어깨동무하고 뻗어 있는
산들.
어깨동무하고 누워 있는
밭이랑들.
강물도, 파도도
파란 어깨동무.
어깨동무하기
사람들만 힘든가 보다.
(신새별·아동문학가, 1969-)
+ 같이 걷지요
달빛은 알지요.
두고 가기 싫어하는
강물 마음.
강물도 다 알지요.
함께 가고 싶어하는
달빛 마음.
그래서
달빛은 강물을 데리고
강물은 달빛을 데리고
굽이굽이
같이 걷지요.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강물이 흐르며
먼저 가려고 다투지도 않고
처져 온다고 화도 안 낸다.
앞서 간다고 뽐내지도 않고
뒤에 간다고 애탈 것도 없다.
탈없이 먼길을 가자면
서둘면 안 되는 걸 안다.
낯선 물이 끼여들면
싫다 않고 받아 준다.
패랭이꽃도 만나고
밤꽃 향기도 만난다.
새들의 노래가 꾀어도
한눈 팔지 않고 간다.
(최춘해·아동문학가)
+ 내 작은 어깨로
우리 동네 기타 공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아저씨가
두리번거리다가
내 옆 빈 자리에 와 앉았다.
얼마 전 기계에
손가락이 잘렸다는 그 아저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옷자락에 손을 감추고
몹시 피곤한지
눈을 감더니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뜨거운 눈물과 함께 우리 나라 땅에 묻었을
새끼손가락 마디.
아저씨는 지금
바다 건너 먼 고향집을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지도 몰라.
내 작은 어깨로
아저씨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받쳐 주었다.
(전병호·아동문학가)
+ 모두 함께
풀밭에는 철쭉, 장미, 목련만 있는 게 아니야.
씀바귀, 민들레도 피고
애기똥풀도 노란 얼굴을 쏘옥 내밀고.
풀밭에는 나비, 벌만 놀러 오는 게 아니야.
바람이 살그머니 지나가고
개미들도 소풍 나오고
하루살이 빙글빙글 춤을 추고.
우리 동네에는
우리 집만 있는 게 아니야.
석이네, 봄이네, 희연이네,
세탁소, 미장원, 문구점, 방앗간,
자전거 수리점도 있고.
우리 동네에는
사람 사는 집만 있는 게 아니야.
까치 집, 개미 집, 다람쥐 집.
새들이 쫑알쫑알, 고양이가 살금살금
모두 모여서 함께 사는 거야.
(김위향·아동문학가)
+ 아름다운 만남
애들아!
지구를 살아 있게 하는 건
만남이란다.
초록별 지구를 숨쉬게 하는
참 아름다운 만남
새싹이 쏘옥, 눈뜰 수 있게
빗장문 열어 주는 흙
병아리 맨발이 시려울까
종종종 따라 다니는 아이들
참새, 토끼, 다람쥐, 고라니들의
추운 겨울을 위해
풀섶에 낟알곡 남겨두는 농부
어디 이것뿐이겠니?
작은 물결에도 놀라
두 눈이 동그래진 물고기 떼를
품어주는 바다풀
뿌리를 가지지 못한 겨우살이에게
가지 한 켠을 쓰윽 내어주는 물참나무
이런 아름다운 만남으로
지구는 푸르게 푸르게
숨쉬며 살아 있는 거야.
(곽홍란·아동문학가, 경북 고령 출생)
+ 둘이는 똑같이
신발주머니에 들어간 신발은
미안했어요.
흙이 묻어서....
˝괜찮아.
주인을 위해 일했잖아?˝
신발주머니는 신발을
꼭 안아 주었어요.
둘이는 똑같이
흙투성이가 되었어요.
(이혜영·아동문학가)
+ 보물찾기
소풍 날 보물찾기에서
한 장도 못 찾았다.
옥이는 석 장 찾아서
몰래 나에게 한 장 주었다.
그런데, 말야
나는 1등에 뽑혔고
옥이는 모두 허탕이었다.
공책 상품 10권 받았다.
나는 몰래 옥이에게 다섯 권 주었다.
안 받으려고 했다.
억지로 손에 쥐어주느라
옥이 손을 잡고 말았다.
손이 참 곱고 따뜻했다.
(정용원·시인)
+ 서로 기대기
˝자,
내게 기대 봐.˝
무화과나무가
넝쿨장미에게
어깨를 살포시 내밀었습니다.
꽃 없는 무화과나무에 기대
장미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꽃이 다 지고
가시가 세어질 때쯤
열매 없는 장미넝쿨에
무화과 열매
조랑조랑 달렸습니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귀 기울여봐
여럿이 노래할 땐
화음을 맞추자
가락은 서로 다르지만
쉬잇! 잘 들어봐.
내가 부르는 노래가
내 귀에 들릴 만큼만
소리를 내자.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소리에
화음을 맞추는 거야.
참 듣기 좋지?
목소리를 맞추면
마음도 맞출 수 있어.
한 송이 꽃보다
꽃다발이 더 아름답듯,
합창은
노래로 만드는 꽃다발이야.
(이경애·아동문학가)
+ 고마워서
새는 나무가 고마웠어요
힘들면 쉬어가라고
나뭇가지 흔들어
불러줬거든요
배고프면 얼마든지 먹으라고
가지마다 열매 달고
불러줬거든요
고마워서 너무 고마워서
새들은 열매를 먹을 때
씨앗 하나 뱃속에 넣었다가
저 산 너머에다 뿌려주었죠.
새들은 더 많은 쉼터가 생겼고
나무는 더 많은 친구가 생겼지요
(배정순·아동문학가)
+ 서로가
산새가 숲에서
울고 있었다.
바위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산새와 바위는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생각한단다.
바람이 구름을
밀고 있었다.
하늘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바람과 하늘은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단다.
(김종상·아동문학가)
+ 지구
지구는 퍼즐
한국과 중국 러시아...
빈틈없이 맞춰 있지요
바다 가운데
일본과 괌 사이판
쏙옥 들어가 있지요
한 조각이라도
떼어내면
와르르 무너지는
지구.
(김숙분·아동문학가, 1959-)
+ 송사리
작다고 놀리지 마세요
힘 약한 우리는
절대 혼자 다니지 않아요
엄마 아빠랑 친구들이랑
물풀 사이 꼬리지느러미 흔들며
늘 떼지어 다니지요
초롱초롱 많은 눈으로
힘센 물고기 발견하면
재빨리 피할 수도 있고
맛있는 장구벌레도
빨리 찾아낼 수 있고
혼자 넓은 바다 꿈꾸지 않고
얕은 물에서 서로 도우며
행복하게 살지요.
(박예분·아동문학가, 전북 임실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신혜경의 ´사람´ 외 "> 정현정의 ´매미의 마을´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