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일 일요일

천정까지 바닥까지

고운 손길까지도
이곳이 북방한계선이라는
빙하의 벽을 허물고
다정한 눈빛까지도
이곳이 비무장지대라는
빙산의 담을 허물고
오롯이 그 속에 수몰된다면
물 위의 천정까지 가서
물 밑의 바닥까지 가서
닿고 싶은 것이 있다
동트는 새벽의
주왕 저수지
지붕 위에 반짝이는 별
어스름 저녁의
연길 용두레
우물 속에 흔들리는 달
팔을 길게 뻗어
이 강산, 당신의 몸끝까지
만져 보고 싶은 것이 있다
물 속에서 일어났으니
보름달도 계명성도
나를 깨우려고 돋아난 불이었다
나의 정수리까지 발바닥까지
한 줌의 재로 만들어
당신에게 뿌리고 싶어 하는
불씨였다 불꽃이었다
경계선도 지워버리고
지대도 무너뜨리고
도랑도 없이 시내도 없이
오로지 무한 바다가 되어야 할
이 강산, 당신의
천정까지 바닥까지 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