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마켓 두번째 냉장실 앞
아지랑이 모락모락 아이들 웃음소리로 피어오르고
그 뒤로 소근대며 떠오르는 파랗고 싱싱한 야채들 봄 나물들
잎사귀마다 동글동글한
맑은 물방울들을 마음껏 매달고 있다
파슬리 치커리 냉이 달래 씀바귀 두릅들 사이에서
언뜻 나는 보았다
그들이 저마다 뿌리로 자라난 흙의 내음을 더듬고 있는 것을
가까이 다가가 귀를 대보았다
동글동글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
내 귀에 서로 잎사귀를 흔들어 가며 동그란 물방울을 털어가며
야채와 봄 나물들이 들려주는
따뜻하고 진득한 흙의 이야기들
거의 씻겨져 나가고 없었지만 뿌리에 아직도
조금씩 달라붙어 있는 고동색 흙들
그들은 따뜻한 뺨으로 그것을 부벼대고 있었다
아직도 내 뿌리 끝에 남아
나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