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7일 월요일

비파꽃을 보다

창가의 주렴珠簾을 걷으니
이른 봄이
불쑥 발을 내밀어
비파나무, 밀애密愛가 길다
문밖에 소낙비 쏟아지니
동박새 날아온
한 여름 정분情分이 짧다
마당의 정원을 바라보니
불현듯 늦가을의 별리別離가
낙과落果 같은데
어느새 가슴 시린 초겨울이라
열이틀 보름달이 훤하고
어슴푸레 숲에서
굽은 목에 배 부른
비파琵琶를 비껴 안는 순간
구름 타고 내려오는
천상의 꽃 마중 나갈 시간이다
몸에 묶인 흰색의 다섯꽃잎이
현絃이라
푸르고도 은은한 절개를 품은
소리가 향기롭다
화병에 꽂힌
허상虛像의 꽃이 아니라
겨울 화분 속 들판에 피어있어
참으로 따뜻한 얼굴
남쪽 나라에 핀다는
12월에 눈이 내려야 핀다는
비파枇杷꽃 보시지 않을래
눈꽃하고 제 몸 견주는
비파琵琶 소리 들어보시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