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6일 일요일

´똥구멍이 벌름벌름´ 외


<아동문학가 오순택의 똥 시 모음> ´똥구멍이 벌름벌름´ 외

+ 똥구멍이 벌름벌름

소가
걸어가면서 똥을 눕니다.
김이 모락모락 난
동그란 호빵 같은
똥을 눕니다.

똥구멍이
벌름벌름 거립니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뽀꼼 열려요

엄마가
아기 똥꼬를
들여다봐요.


나비가 꽃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아요.

똥꼬가
뽀꼼 열려요.

튜브에서
치약이 나오듯
똥이 나와요.
+ 똥 한 덩이를 위한 소묘

아기가 변기에 앉아 있다.
똑-
똥 한 덩이 떨어지는 소리.
아기 얼굴에 꽃이 핀다.

엄마가 똥 냄새를 맡아본다.
젖내가 난다.
엄마 얼굴에 웃음이 핀다.
+ 강아지 똥

골목길에서
강아지가 엉거주춤 똥을 눕니다.
할머니가 목줄을 잡아당깁니다.
목줄이 팽팽해집니다.
미안한지 강아지가
할머니를 멀뚱히 쳐다봅니다.
˝강아지가 똥을 싸요.˝
지나가던 아이가 엄마에게 이릅니다.
겸연쩍은 듯 할머니는
강아지 똥을 얼른 신문지로 치웁니다.
+ 아기 염소가 웃는 까닭

꽁지 몽땅한 새가 날아가면서
싼 똥.
노란 민들레 꽃잎에
똑-
떨어졌다.

민들레가 화들짝 놀란다.

새순을 뜯어먹고 있던
아기 염소가
까르르 웃는다.
+ 염소

풀을 뜯어먹은
염소가
까만 똥을 쌌어요.

까만 염소니까
까만 똥을
쌌나 봐요.
+ 달팽이

풀잎에 맺힌
이슬 핥아먹고

봉숭아 씨 같은
똥을 눈다.

똥에선
풀꽃 향내 난다.
+ 별똥별

별이
똥을 누고 있다.

아이들이 잠든
깜깜한 밤에

눈을 깜박이며
지구에다 똥을 누고 있다.
+ 애기똥풀꽃

다람쥐가 들추고 간
마른 풀섶 사이
애기똥풀꽃 핀다.

노오란 작은 꽃잎이
꼬옥 애기 똥 같아
붙여진 이름
애기똥풀꽃.

가만히 들여다보면
애기 똥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누구 하나 보아주지 않은
보잘것없는 꽃.
애기똥풀꽃.

오늘은
바람이 꽃잎을 들춰본다.
+ 꽃씨·1

벌레똥 같은
까아만 꽃씨 한 개.
흙 속에
꼬옥꼬옥 몸 숨기고

초록 연한
새싹 하나 찾아낸다.

그렇구나!
작아도 제 할 일을 해내는구나.
+ 모자가 되고 싶은 신발

신발이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보았단다.
모자를 쓰고
콩콩콩 앙감질로 뛰어가는
아이를 보았단다.
아이의 모자는 나비 같았단다.
´모자가 될 수는 없을까?´
신발은 곰곰이 생각했단다.
그때
꽁지 몽땅한 새가 날아가면서
뿌직-, 하고 싼 똥이
아이의 모자에 뚝 떨어졌단다.
아니야, 아니야.
신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뛰어갔단다.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박두순의 ´행복한 하느님´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