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3일 화요일

사*랑*해 27 / 메밀꽃

사 * 랑 * 해 27

메밀꽃 / 종소리 김대우

그녀가 가장 빛날 땐 고단한 광부들을 위해
기쁨의 술잔을 채워주는 것인데 이젠 그런
행복은 없다. 폐광이 되어버린 까닭이다.
검은 땀방울로 먹고살던 사람들은
다른 일자리를 위해 어디론가 떠나야만 했다.

이 넓디넓은 세상에 그녀는 혼자, 고향이
어딘지 모른다. 누가 그녀를 낳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기저기 바람 따라 계절 따라
거친 세상을 힘겹게 날아다녔다.
확실히 뿌리가 없는 나무는 살 수가 없듯이
그녀의 삶도 진흙탕처럼 엉망진창이었다.

고향과 부모의 존재가 이처럼 소중한 건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채송화가
무리 지어 피어있고 그 곁에 그녀는 창백하게
누워있다. 빛바랜 검정트렁크가 거센 바람을
막아주고 구멍 뚫린 빨간 스타킹만 애절하다.
그녀의 눈동자는 슬픈 눈방울을 하염없이
가슴에 낳고 있다.

또 어디로 갈지 또 어떻게 홀로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또 다시 시작되는 방랑의 거친 세월
세상이 싫다 두렵다. 그냥 태초의 어둠 속으로
몰래 숨어 들어가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
그래서 차라리 가난한 부모의 착한 딸이고 싶다.
그래서 차라리 들판에 핀 흐드러진 메밀꽃이
되고 싶다.

어쨌든 언덕너머에는 작은 간이역이 있다.
폐광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이상한 곳이다.
이젠 그녀 차례인가 보다 그런데 아직도 어디로
갈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작은 간이역을 지키는 늙은 소나무만 애처롭게
바라볼 뿐이다. 세상이 싫다 두렵다.
...........................................................
늙은 소나무 가지에 붉은 스타킹이 얽히고
그녀는 작은 간이역을 지키는 하얀 메밀꽃이 되었다.
차라리...

사*랑*해
사*랑*해

메밀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