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4일 수요일

빈집

지난 해 실한 열매
가득 열렸던 대추나무가
올 해는 텅 비었다
식솔 끌고 주인 떠나간 집에
부러진 가지에 덜 익은 대추
몇 개 떨어져 있다
부서진 대문과 깨진 창문과
흉가의 빈집이라고 일러주었는지
사나운 벌레만 들끓는다
한 차례 소나기라도 내릴려는지
어두워진 하늘이 들썩인다
누군가 용한 무당이라고
곧 허물어질 지붕위에 올라가
제몸에 쇠사슬을 묶어서
신나게 춤을 추며
대추 열리기를 기원하고 있다
후두둑 빈집을 때리는 빗소리가
폭탄 터지는 것 같다
도투리 들판에 졸고 있던
황새들이 급하다고 날아오른다
잠깐 사이에 진흙탕이 된
저 빈집이
다리에 힘을 잃고 쓰러진다
뿌리도 뽑혔으니
대추 열렸던 흔적 어디에도 없다
깨끗이 파헤쳐진 터에
이상한 나라에서 건너온
귀신들이 들락날락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