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8일 목요일

협궤열차를 타다

눈이 오는 날에는
협궤열차를 타러 간다
선로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나는 문득
폭설의 숲속으로 달려가는
한 마리 짐승이다
언젠가 무릎으로 다가와
상처 가려주고
치유의 두 손 내밀었던
잎 푸른 나무의 마음을 흔들자
협궤열차는
담신의 가슴을 가로지르며
시간을 비껴 지나간다
기우뚱 흰꽃들이 쏟아진다
한 세상, 막차를 기다리며
창밖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내가 가장 온전하였던 적은
저렇게 가슴 맞댈 수 있었던
선로 위였다
멀리서 당신의 손을 잡으러
이름도 없는 역에
열차가 들어온다
저 협궤열차를 타고 떠날 것이다
눈발처럼 왔다가 갈 것이다
산을 뚫고
강에 다리를 놓고 갈 것이다
당신의 철로에
내가 협궤열차가 되어
느리게 느리게 지나가며
눈 내리는 삶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