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5일 목요일

햇볕

등 떠밀려 온 안개가
슬며시 도시의 하늘을 뒤덮자
관절이 쑤신다고
바닥에 덜썩 주저앉은
꽃들이 나무들이
오늘 하루가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급히 타전을 하는데
불시에 가택연금을 선고 받은 해는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그늘 속에 갇혀버렸다
해 뜨는 동쪽 건너편에
어둠을 사랑하는 나라가 있어서
햇볕도 위험한 무기가 된다고
폭탄 대신에 핵 대신에
금으로 보석으로 햇볕을 샀다
번쩍 번쩍 狂이 나는
햇볕을 마구 쏘아 주었다
그러면 저 지하 우물 깊은 곳까지
빛으로 환해질 줄 알았다
빛의 물로 흠뻑 적셔줄 수 있겠다 했다
빛의 함성을 들려줄 수 있겠다 싶었다
모아쥔 햇볕을 모두 주었는데
저 반쪽의 나라는
아직도 캄캄한 밤이다
불가사리를 키웠나 보다
그 뜨거운 햇볕을 먹어 치웠다
내가 가진 햇볕을 모두 빼앗겼으니
오늘 날이 흐리고
한 치 앞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