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6일 금요일

김재진님의 ˝고요한 마음˝

호수는 고요하다.
호수의 고요를 깨뜨리기 위해 돌멩이 하나를 호수위로 던져본다.
수줍은 처녀의 치마처럼 주름잡히며 수많은 동그라미를 그리는 호수.
그러나 호수는 이내 원래의 잔잔하던 모습으로 돌아간다.
호숫가엔 다시 사람의 그림자 보이지 않고 물 위로 비치는 나무들의 큰 키만
무수한 햇살과 만나 반짝인다.
때로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떨어지거나 지나가던 사람이 던진
돌멩이가 파문을 그려도 호수는 금세 그 고요함을 회복하는 것이다.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 치 앞도 못 내다 보는 인간의 눈으론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호수는 이미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깊이를 가진 것이다.
넉넉함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여유라 불러도 좋다.
한쪽에서 일고 있는 파문을 호수는 다만 바라보기만 할 뿐, 장대처럼 쏟아지는
여름날의 폭우에도 호수는 좀체 마음의 깊이를 내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