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8일 목요일

증명사진

겨울을 향해 누워버린 쓸쓸한 가을처럼
하얀 서리 묻은 외로운 낙엽처럼
기억을 모두 털어낸 표류하는 시간처럼
오직 적막한 기다림으로 텅 빈 가슴처럼
마지막 풀잎소리에 기울이는 허황된 귀처럼
모든 건 공허하기에, 미망(迷妄)의 노래 부르며
나는 서서히 나에게 스스로의 망각을 권유하는데,
또 다른 낯선 사람이 어느덧 내가 되어
먼 태양의 눈짓으로 사랑을 한다.

몸 안에 숨가쁘게 헐떡이는 예리한 심장.

그 뜻을 모르는 나는 아직도,
세상을 모질게 살아내는 피에로의 숙명(宿命)만 생각한다.

아, 죽음보다 창백한 영혼에 못박힌 삶 하나 부여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