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1일 일요일

그대가 가고 없는 날들은 이토록 그대가 그립다는 걸

그대여 가을을 열라

내가 채우리라

낙엽 밟으며 지난 추억을 헤아리지 않아도

나의 숨결로 속속들이 단풍들어 죽겠네

밤하늘에 별이 뜨고 더러 가을비도 내리고

불붙는듯 솟구치는 가슴속에 그리움 낳고

언제나 내 맘 안에서 절로 향그럽고

사랑스런 그대여

아름다운 가을을 열고 채우리라

새처럼 숲길을 걸어도 좋으리

던져주는 먹이만 먹으면 배 부른 새를

이 가을엔,지금은 꿈꿀 때가 아니라면

꿈도 꿀 줄 모르는 그대를 흔들어 깨우리

걸으면서 좋아한다고 말조차 하지 않아도 좋으리

다만 우리의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비움으로써 진정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하늘 아래 가장 크고도 무거운 사랑이리

강물이 물처럼 흘러가는 곳을 보아라

불꽃 같은 사랑에 휩싸이기보다는

가슴 저리고 되울림마저 안으로 아끼는 것이

오래오래 깊게 자주 메아리 치는 일임을 알고

다만 꽃 같은 얼굴과 가슴 부푸는 것이

사랑의 전부가 아니리

가을이 아니어도 참 좋으리

이 땅의 모든 증오가 사랑에 이를 수 있다면

수천 번도 넘게 찬란한 봄날이어도 좋으리

아 그리움 하나만으로 내 영혼이

무엇을 더 부족으로 채우리

그대가 가고 없는 날들은

이토록 그대가 그립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