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지 말아라 잊지 말아라 하면서 날카로운 칼로, 날카로운 비수로 팔에 생채기도 내고, 가슴에 깊은상처도 내고 아픈 마음에 다리를 절뚝 절뚝거리며 하늘 위로 구름 위로 걸어간다 천년 전도 천년 후도 바로 지금인 것처럼, 바로 오늘인 것처럼 눈빛에 베인 꽃 해당화 핏줄에서 뚝뚝 떨어지는 붉은 선혈 네게로 흘러가는 붉은 마음 붉은 그리움 붉은 사랑 유리창과 유리창을 깨뜨린다 담벼락과 담벼락을 무너뜨린다 쇠창살과 쇠창살을 부서뜨린다 힘겨운 넋 같은 햇살의 무게를 가슴에 안고 꼽추처럼 남의 몫까지 등에 얹고 고개들지 못하여 빛으로 가득찬 물의 마음 꽃의 마음은 하늘로 귀양간다 침묵과 침묵을 불태워 버린다 마음과 마음을 불살라 버린다 저기 저 다 타고 남은 마음의 재로 가득한 해당화 저 꽃은 땅 속의 뿌리까지 바다는 저 해저의 화산까지 파내면 그 만큼의 아픔으로 깨어난다 그러면 보인다 비어있는 내 안에서 소리치며 피어나는 섬 밖의 섬 바다 밖의 바다 아픈 꽃 해당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