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8일 목요일
정현정의 ´밥상이 무거운 건´ 외
<농촌에 관한 동시 모음> 정현정의 ´밥상이 무거운 건´ 외
+ 밥상이 무거운 건
할아버지께서
모 심던 시간
벼 베던 시간
탈곡하던 시간이
얹혀서 그래.
엄마가
시장 보는 시간
밥 앉히는 시간
반찬 만드는 시간이
얹혀서 그래.
(정현정·아동문학가, 1959-)
+ 여름 한낮
송아지는
외양간 여물통 앞에 엎드려
강아지는
담벼락에 기대어
얌전하게 쉬고 있는데
집 앞 개울물
졸졸졸
떠들다가
꾸중 듣는다.
쉿!
벼가
자고 있잖아.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쑥쑥 자라게
조용히 하렴.
(최점태·아동문학가)
+ 시골 빈집에
카랑카랑한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는
간데없고
거미줄이 온통
집을 지키고 있다.
뚫린 문구멍으로
펄럭이며 드나드는 바람.
빈 장독 속에서
멱감고 있는 구름 몇 송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것 같은 마당.
깨진 밥그릇 하나가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졸고 있다.
(서향숙·아동문학가)
+ 누구 없나요
도시로 나가고
주인 없는
텅 빈 집
담 옆 텃밭에서는
햇빛이 뾰족뾰족
손가락을 내밀고
감나무, 모과나무는
마당 가득 푸른
하늘을 들여놓았는데
빈 장독 몇 개가 뜰을 지킨다.
열린 문으로 가끔씩 강아지들
집 구경 오지만
문짝이 덜컹덜컹
등을 떠민다.
산비탈 고구마 밭에는
살찐 바람만
굴러다니고
―누구 없나요?
구름이 지나가다
큰 소리로 묻는다.
(차영미·아동문학가)
+ 밭에는
고추
토마토
옥수수
벌레들이 몰래몰래 먹고
새들이 기웃기웃 먹고.
그래도
밭에는
열매가 가득가득
(박소명·아동문학가)
+ 모내기
이앙기 한 대가
모내기한다
새참 없다
투덜투덜
노래 없다
투덜투덜
사람 없다
투덜투덜
넓은 논
왔다 갔다
저 혼자서
투덜투덜
(최종득·아동문학가)
+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
시골이 다 따라와요
이건 뒤안에 상추
이건 담장의 호박잎
이건 앞마당에 토란잎
이건 위꼍에 애호박
이건 강 건너 밭에 풋고추
이건 장광에 된장
이건 부엌에 고춧가루
우리 아빠 시골 갔다 오시면
시골이 다 따라와요
나중에는 잘 가라고 손짓하시는
우리 시골 할머니 모습이 따라와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김용택·시인, 1948-)
+ 농부
논밭에 심어 놓은
곡식들도
정성 들여 가꾼
살붙이이고,
소도 염소도 돼지도
모두가
자식처럼 사랑스런
한 식구인지라,
보살필 식구 많은
농부 아저씨는
잠시도 편히 앉아
쉴 새가 없다.
논밭으로 갔다가
산으로 갔다가
만날 바빠서
총총걸음.
비가 오는 날에도
우장 쓰고 나가서
피도 뽑고
물꼬도 다스려야 하고,
일하다 집으로 돌아갈 때면
기다리는 집짐승들을 위해
꼴도 한 짐 베어
지고 가야 한다.
조상의 피땀어린
귀한 땅
고이 지키며
기름지게 가꾸느라,
사시사철
흙 묻은 손발에
땀 마를 날 없는
농부 아저씨는….
(김녹촌·아동문학가, 1927-)
+ 도시의 사람들
하얀 시멘트길 자주 걷다 보니
마음마저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 같아
왠지 푸석푸석한 흙일지라도
흙길 밟으며 멀리 걸어가 보고 싶어요.
풀숲에 피어나는 들꽃도 구경하고
날아드는 벌, 나비 떼, 뻐꾸기 소리도 들려오는
바로 그런 호젓한 오솔길
산골길 걷던 생각 자꾸만 떠올려져요.
검은 아스팔트길 자주 걷다 보니
인심마저 딱딱하게 얼어붙는 것 같아
왠지 질퍽질퍽한 흙일지라도
흙길 밟으며 오래 걸어가 보고 싶어요.
푸른 산, 너른 들녘, 저녁 놀 바라보고
불어오는 산들바람, 개울물 소리 조잘대는
바로 그런 정겨운 시골길
고향길 걷던 생각 자꾸만 그리워져요.
(허동인·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이해인의 ´빨래를 하십시오´ 외 "> 신혜경의 ´사람´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