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갔다
다시 세놓기 위해 나는
<셋방있음> 붙이러 게시판으로 간다
마음 한 채 가진 것밖에 없는데
방마다 세들어 늘 복잡하고
어수선하게 살아가는 나날
비 내리고 안개바람 뿌옇게 불어대는 날
동네 어귀 게시판에 나를 붙인다
허전하고 빈 방 구석지마다
세들기 바라며
<셋방있음> 게시판에 풀칠한다
비 새고 바람드는 마음들이 와서
마을을 이룬다
바람불면 덜컹거리는 창
밤새도록 뒤척이는 소리
누군가 지나가다 창문에 돌 던진다
마음 다치고 생각 깨져 신음하는 소리
오가는 시선들 압정처럼 따갑게 꽂히는 소리
길가에 나앉은 <셋방있음>
세상의 벽면 어디든지 마을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