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9일 목요일
서향숙의 ´안개 엄마´ 외
<엄마에 관한 동시 모음> 서향숙의 ´안개 엄마´ 외
+ 안개 엄마
안개가 온 산을
품에 껴안고 있는 걸 보면
팔이 퍽 큰가 보다.
어릴 적 우리 삼형제
품에 꼭 껴안던
우리 엄마다
한없이 좋은 우리 엄마처럼
사랑을 퍼 주는 안개.
엄마 사랑 넉넉히 마시고 있는
산.
(서향숙·아동문학가)
+ 엄마 자리
키, 150센티미터
몸무게, 40킬로그램
우리 엄마
작아서 작아서
표도 안 날 텐데
병원에 입원하는 날
집 한 채가
터엉
비었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 목소린지 아닌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 발소린지 아닌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가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가 어디가 아픈지 안 아픈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내가 정말 자는지 안 자는지
엄마는 대번 아세요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겨울 엄마
내 옷 어디 갔어?
옳아, 차거울까 봐
엄마가 자리 밑에 넣어 놓으셨구나.
내 밥 어디 갔어?
옳아, 식을까 봐
엄마가 포대기로 싸 놓으셨구나.
내 신 어디 갔어?
옳아, 발 시릴까 봐
엄마가 아궁이 앞에 놔 두셨구나.
엄마 어디 갔어?
옳아, 얼음길 조심조심
물을 길으러 가셨구나.
추위에 튼 엄마 손
오늘 밤도 두 손으로
꼬옥 쥐고 잘 테야.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밤중에
달 달 달 달….
어머니가 돌리는
미싱 소리 들으며
저는 먼저 잡니다,
책 덮어놓고.
어머니도 어서
주무세요, 네?
자다가 깨어 보면
달달달 그 소리.
어머니는 혼자서
밤이 깊도록
잠 안 자고 삯바느질
하고 계셔요.
돌리시던 미싱을
멈추시고
˝왜 잠깼니?
어서 자거라.˝
어머니가 덮어 주는
이불 속에서
고마우신 그 말씀
생각하면서
잠들면 꿈속에도
들려 옵니다.
˝왜 잠 깼니?
어서 자거라
어서 자거라….˝
(이원수·아동문학가, 1911-1981)
+ 엄마하고
엄마하고 길을 가면
나는
키가 더 커진다.
엄마하고 얘길 하면
나는
말이 술술 나온다.
그리고 엄마하고 자면
나는
자면서도 엄마를 꿈에 보게 된다.
참말이야, 엄마는
내가
자면서도 방그레
웃는다고 하셨어.
(박목월·시인, 1916-1978)
+ 엄마의 눈
엄마의 큰 눈이
샘물처럼 맑을 때엔
눈부신 태양이
방안까지 들어온다.
온실로 변한 방안을
나는 나비가 되어
웃음꽃 사이를 나풀나풀 날아다닌다.
엄마의 큰 눈이
흐려서 동굴 속만큼이나 어두울 때엔
나는 윗목에 혼자 앉아
벙어리 화가가 된다.
하얀 도화지에
엄마의 큰 눈을
그렸다가 지우고 또 그려 본다.
(장수철·아동문학가, 1916-1993)
+ 엄마 냄새
울 엄마한테서는
울 엄마 냄새가 난다.
고소-하고 달콤-한
울 엄마 냄새.
꽃집 앞을 지나갈 땐
꽃향기가 솔솔,
향긋하고 향깃-한.
과일 가게 앞을 지나갈 땐
과일 향기가 솔솔,
달콤하고 새콤-한
가로수 밑에서는
나뭇잎 냄새가 물씬,
싱싱하고 풋풋한.
집에 가면 엄마 냄새,
울 엄마 냄새.
따뜻하고 부드러운
울 엄마 냄새.
(어효선·아동문학가, 1925-2004)
+ 엄마라는 나무
엄마는
가지 많은 나무
오빠의 일선 고지서
소총의 무게 절반을 가져오게 하여
가지에 단다.
오빠 대신 무거워 주고 싶다.
시집간 언니 집에서
물동이 무게 절반을 가져오게 하여
가지에 단다.
그 무게는 무게대로 바람이 된다.
동생이 골목에서 울고 와도
그것이 엄마에겐 바람이 된다.
뼈마디를 에는 섣달 어느 날
엄마는 오빠 대신 추워 주고 싶다.
그런 맘은 모두
폭풍이 된다.
엄마라는 나무
바람이 잘 날이 없다.
(신현득·아동문학가, 1933-)
+ 엄마가 아플 때
조용하다
빈 집 같다
강아지 밥도 챙겨 먹이고
바람이 떨군
빨래도 개켜 놓아두고
내가 할 일이 뭐가 있나
엄마가 아플 때
나는 철드는 아이가 된다
철든 만큼 기운 없는
아이가 된다.
(정두리·아동문학가, 1947-)
+ 엄마 곁에
빨랫줄에 걸려 있는
엄마 치마 곁에
내 치마도 조그맣게
걸려 있어요.
댓돌 위에 놓여 있는
엄마 신발 곁에
내 신발도 가지런히
놓여 있어요.
깊은 밤 우리 엄마
곤히 잠들면
엄마 곁에 나도 누워
잠이 들지요.
(김종상·아동문학가, 1935)
+ 엄마
엄마가
회초리를 든다.
회초리가 무서워
내가 운다.
엄마가
회초리를 놓는다.
돌아앉아
엄마가 운다.
(권영상·아동문학가)
+ 가위 바위 보
난, 난 울 엄마가
제일이라고
순이는 제 엄마가
제일이라고.
난, 난 순이 엄마가
다음 간다고
순이는 울 엄마가
다음 간다고.
서로들 우기다가
가위, 바위, 보.
뉘 엄마가 제일 좋은가
가위, 바위, 보
(이종택·아동문학가)
+ 날 개구쟁이래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라고
엄마 늘 야단치시지만,
어느 날 정말 내가
소매만 주머니에 넣고 들어간다면,
아마도 엄만 깜짝 놀라
당장 까무러치기라도 하실 거야!
그리고 눈물을 뚝뚝 떨구시며
애걸복걸하실 거야!
제발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좋으니
당장 손을 도로 찾아오라고…
(문삼석·아동문학가, 1941-)
+ 마당 쓸기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을 쓸었다.
풀도 엄청 많았다.
이놈의 감나무가
감꽃을 자꾸자꾸 떨어뜨린다.
하나 둘 떨어질 때마다
화가 난다.
내가 어릴 때
나는 장난감 어질고
엄마는 장난감 치우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엄마 기분을
이제 좀 알겠다.
(김영훈·아동문학가)
+ 엄마 생각
집에 돌아오면 반갑게 웃는
엄마가 생각납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엄마가 생각납니다.
울 때에도
엄마가 생각납니다.
그 수많은 엄마 생각 중에
제일 엄마가 생각날 때는
엄마가 없을 때입니다.
(정은희)
+ 어머니의 등
어머니 등은
잠밭입니다.
졸음 겨운 아기가
등에 업히면
어머니 온 마음은
잠이 되어
아기의 눈 속에서
일어섭니다.
어머니 등은
꿈밭입니다.
어느새
아기가
꿈밭길에 노닐면
어머니 온 마음은
꿈이 되어
아기의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아기 마음도
어머니 눈 속으로 달려갑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엄마
며칠만 있으면
온다고 했지.
울지 않고
기다리면
꼭 온다고 했지.
고아원 앞
골목길
내다보고
또 내다봐도
온다던 엄마
오지 않고
햇살만 하얗게
달려온다.
(김애란·아동문학가)
+ 고 맛있는 걸
도토리
보록하게
볼때기에 넣어
집으로 달려가는
엄마 다람쥐
고 맛있는 걸
안 먹고.
간식으로 받은
빵 한 개를
가방에 넣어
집으로 달려오는
우리 엄마
고 맛있는 걸
안 먹고.
(안영선·아동문학가)
+ 나도 모르게
힘든 아빠 돕겠다고
며칠 전부터
일 나가기 시작한 엄마.
학교에서 돌아와
문을 힘껏 열어젖히며
나도 모르게
˝엄마!˝
큰소리로 불렀어요.
´응, 잘 갔다 왔어. 우리 강아지?´
늘 반겨 주던 엄마 목소리
들릴 것만 같은데
´엄마!´
어느 틈에
또 나오려는 소리
꾸욱 집어놓고
˝준영아!˝
먼저 온 동생 이름
크게 불렀습니다.
(오지연·아동문학가, 제주도 출생)
+ 엄마
누가 종이에
´엄마´라고 쓴
낙서만 보아도
그냥 좋다
내 엄마가 생각난다
누가 큰 소리로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그냥 좋다
그의 엄마가
내 엄마 같다
엄마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플 때
제일 먼저 불러보는 엄마
엄마를 부르면
일단 살 것 같다
엄마는
병을 고치는 의사
어디서나
미움도 사랑으로
바꾸어놓는 요술 천사
자꾸자꾸 그리워해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
나의
우리의 영원한 애인
엄마
(이해인·수녀, 1945-)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임초롱의 ´아빠의 손´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