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4일 수요일

일모(日暮)

능선을 붉게 적신 긴 황혼(黃昏) 아래,
고요히 닫히는 하늘.

위로되지 않는 육신(肉身)은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하고, 오직 해동(解凍)되려는
영혼만 차가운 바람에 시리다.

저 멀리 별을 향해 뻗어가는
창백한 창공.

잘려나간 빛처럼 도망가는 현존(現存).

이제 보니, 밀봉(密封)된 시간 속에
억겁(億劫)이 쌓여있구나.

세월의 어두운 책(冊)장 사이로
낮과 밤이 뒤섞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