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3일 화요일
김종제 시인의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외
<환경을 생각하는 시 모음> 김종제 시인의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외
+ 지구를 구하는 몇 가지 방법
불 같고
얼음 같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여러분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먼저
채식을 권해 드립니다
맛이 별로 없다구요?
몸매 걱정 필요없구요
값도 싸고 다양하지요
사철 구해서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다음은
가까운 곳은 걷거나
자전거 타기!
운동도 되고
값비싼 기름도 절약하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네 바퀴의 자동차를 버리고
두 바퀴 하나 장만하시지요!
마지막으로
쓰레기 버리지 않기!
자, 주위를 한 번 둘러보세요
병에 깡통에 페트에 플라스틱에
썩지도 않고
집에 거리에 넘쳐나는 폐물에
당신도 점점 쓰레기를 닮아가지 않습니까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방법
어떻습니까?
자, 같이 동참하시지요!
(김종제·시인)
+ 지구 신발
너 지구 신발 신어 봤니?
맨발로 뻘에 한번 들어가 봐
말랑말랑한 뻘이 간질간질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며
금방 발에 딱 맞는
신발 한 켤례가 된다
그게 지구 신발이야
지구 신발은
까칠까칠 칠게 발에도
낭창낭창 도요새 발에도
보들보들 아이들 발에도
우락부락 어른들 발에도
다 딱 맞아
지구 신발 한번 꼭 신어 보렴
(함민복·시인, 1962-)
+ 어디로 간 걸까
어린 시절에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로 간 걸까
새가 가득 내려앉던 숲은
저녁의 고요함은 어디로 간 걸까
우리는 계절의 아름다운 변화를 그리워하는 최후의
낭만주의자들일까
어린 시절 냇가에서 꺾던 꽃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얀 눈은
그것들은 이제 그림에서 밖에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기억해 두자
지구의 얼굴은 우리의 얼굴과 같은 것
우리는 이 소행성의 여행자에 불과하며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음을
(이반 라코비크 크로아터·유고슬라비아 화가)
+ 하늘에는 많은 루사가 있다
저녁에 태풍 루사가 동해안에 왔을 때 내 사는 도시 한복판에서 자동차와 고라니와 사람이 뒤엉켜 물에 떠다니는 걸 보았다
물은 평등했다
루사는 산을 헐어 길을 냈거나 개울을 돌리고 마을을 만든 곳을 찾아 하룻밤 사이에 모조리 되돌려놓고 갔다
그렇게 거침없었다
맑은 날에도 쳐다보면 해와 별과 바람과 하늘에는 많은 루사가 있다
(이상국·시인, 1946-)
+ 어항 속의 질문
아침에 일어나면
어항 속 물고기가 나를 보고 묻는다
밤새 안녕했냐고
가스는 없었냐고
폐수는 안 마셨냐고
지느러미는 아직 괜찮냐고
숨쉬기는 괜찮냐고
다리 뻗고 잤냐고
비좁은 캡슐 속에서
피곤하지 않았냐고
(김문억·시인)
+ 땅의 폭동
봄이 되어
아무리 깊이갈이를 해도
땅이 그 전처럼 말을 안 듣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땅의 형편을 살피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소출을 늘여보겠다고
비료와 농약을
지난해보다도 더 많이 퍼붓는다
지렁이도 땅강아지도
온갖 미생물도 모조리 사라지고
빈 농약병들만 을씨년스럽게 굴러다니는
땅은 숨을 쉴 수가 없다
땅은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
그들의 유린과 무계획과 마구잡이에도 지쳤다
땅은 이대로 죽기가 싫다
방법은 단 하나
욕망과 우둔에 정면으로 맞서는 길뿐
땅이 펼치는 무서운 폭동의 조짐에도
여전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저 인간들에게
오염과 굶주림의 미래가 오리라
그들에겐 더 이상 풍성한 가을이 없으리라
(이동순·시인, 1950-)
+ 돌아오지 않는 새들을 기다리며
지금은 볼 수 없는 그 많은 물떼새들
왕눈물떼새, 검은가슴물떼새, 꼬리물떼새, 댕기물떼새......
수염 돋은 개개비란 새도 있었네
물떼새 알을 쥐고 돌아오던 어린 날의 낙동강
내 오늘 한마리 물고기처럼 回遊해 왔네
아무것도 없네 그날의 기억을 소생시켜주는 것이라고는
나루터 사라진 강변에는 커다란 굴뚝이 도열, 천천히
검은 연기를 토해내고 있었네, 천천히
대지를 버린 내 영혼이 천천히 황폐해 가듯
(이승하·시인, 1960-)
+ 서울 꿩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한 모퉁이에
섬처럼 외롭게 남겨진
개발제한 구역
홍제동 뒷산에는
꿩들이 산다
가을날 아침이면
장끼가 우짖고
까투리는 저마다
꿩병아리를 데리러
언덕길
쓰레기터에 내려와
콩나물대가리나 멸치꽁다리를
주워먹는다.
지하철 공사로 혼잡한
아스팔트길을 건너
바로 맞은쪽
인왕산이나
안산으로
날아갈 수 없어
이 삭막한 돌산에
갇혀 버린 꿩들은
서울 시민들처럼
갑갑하게
시내에서 산다.
(김광규·시인, 1941-)
+ 놀란 강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 천리 화선지인데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 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린 강
(공광규·시인)
+ 산성눈 내리네
산성눈 내린다
12월 썩은 구름들 아래
병실 밖의 아이들은 놀다 간다
성가의 후렴들이 지워지고
산성눈 하얗게 온 세상 덮고 있다
하마터면 아름답다고 말할 뻔했다
캄캄하고 고요하다
그러고 보면 땅이나 하늘
자연은 결코 참을성이 있는 게 아니다
산성눈 한 뼘이나 쌓인다 폭설이다
당분간은 두절이다
우뚝한 굴뚝, 은색의 바퀴들에
그렇다, 무서운 이 시대의 속도에 치여
몸과 마음의 서까래
몇 개의 소리없이 내려앉는다
쓰러져 숨쉬다 보면
실핏줄 속으로 모래 같은 것들 가득
고인다 산성눈 펑펑 내린다
자연은 인간에 대한
기다림을 아예 갖고 있지 않다
펄펄 사람의 죄악이 내린다
하늘은 저렇게 무너지는 것이다
(이문재·시인, 1959-)
+ 지구의 일기
나는 더워서 입기 싫은데
엄마는 자꾸 옷을 입혀요
두껍고 딱딱한 콘크리트 옷
나는 뛰놀고 놀고 싶은데
꼼짝 말고 있으래요
머리 깎아야 한다고
소나무 전나무 갈대 솜털까지
자꾸만 깎아요
나는 아파서 살살 하라는데
아빠는 등을 너무 빡빡 밀어요
때도 아닌데 구멍 나게 밀어요
곰보딱지 같다고 집들을 밀어요
산도 밀어요
나는 따가워서 싫은데
엄마는 뭘 자꾸 발라요
농약도 바르고 제초제도 바르고
냄새 고약한 폐수도 발라요
(이병승·아동문학가)
+ 나무
나무는
청진기
새들이
귀에
꽂고
기관지가
나쁜
지구의 숨결을 듣는다.
(정운모·아동문학가)
+ 분리 수거
친구야,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듯
우리 감정을 분리 수거할 수 없을까?
누군가를 칭찬, 격려했던 감정을
사랑이란 마음 상자에 담아
쓰고 또 쓰도록 하고
누군가를 시기, 질투했던 감정은
미움이란 마음 상자에 담아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어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없을까?
정말 그럴 수 없을까?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미워했던 마음을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게.
(오은영·아동문학가)
+ 장갑과 호미
-원유 유출 피해 지역 갯마을
빨간 코팅 목장갑 한 켤레
갯돌에 걸터앉아 쉽니다.
갯바위의 끈적끈적한 기름때
까맣게 타르 장갑 되도록
닦고 닦아도 끝이 없다고
손 놓고 주저앉았습니다.
몇 발짝 옆 모래밭의 호미도
기름떡을 캐다 지쳤습니다.
육백 리터짜리 플라스틱 통
백삼십 개를 채워도 끝없으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겠느냐고
물음표로 바닥에 누웠습니다.
(안학수·아동문학가, 1954-)
+ 환경에 대한 우리의 태도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우리의 상황은
아주 작다 하더라도
우리는 항상
환경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다.
(보넷 브라이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성 빅토르의 ´아담의 기도´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