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스산한 바람
거리를 나섰네
골목길 돌아 큰길로
서성이는 바람 한 점
그리움 한 잎
은행잎에 실어 보내네
지나가는 나그네
몸 속을 스미며
옷깃을 잡아 당겨도
다가오는 겨울
맞이 해야 하는 것을
아지랑이 실어 나르던
감미롭던 너
초록 잎을 물고 날며
시원한 몸 되어 주더니
어느새 갈바람이 되어
억새 뒤에 숨어 우느냐
그만 울어라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것을
인생은 돌고 도는 것
다시 오려무나
네 몸 차갑게 식어
칼 바람이 되어도
언제나 속 마음은
훈풍이 되어 주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