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4일 토요일

가끔은 풍경이 되고 싶다

가끔은 풍경이 되고 싶다 / 양현근

거실 벽에 당당하게 내걸린

겨울 수채화 한 점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세상 밖으로 덜컹대는 길들과 마주친다

머얼리

차안과 피안의 경계가 모호하게 지워진

생의 둑길을 따라

희미한 산그림자가

젊은 날의 쓸쓸한 안부를 나르고

눈보라가 치고

가끔은 메아리소리가 뼈를 세워

알몸으로 부서져 내리기도 한다

바람이 부느냐고

지금 그곳에 바람이 부느냐고
젊은 날의 호기와 맹목을 지나

지금은 출입금지 푯말이 바람에 댕댕거리는

그 시절의 허리춤에서

가끔씩 선명하게 제 소리를 내는

발자국 소리

나도 가끔은

그렇게 풍경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등짐같은 따뜻한 안부가 그리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