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7일 화요일

그대 얼굴 바라보며 -이향아-

그대는 아침 숲 뿌리를 덮고
나는 꽃잎의 눈물 모은다
그대가 지키는 세상,
그대 산천에 박힌 내 젊은 날의
시력을 보석처럼 캐어서,
근심 질긴 그대
쉬 늙어 눈 어두우면,
서너 발씩 펴 주리
전한 말도 몰라라, 나는

몇 줄 헛바람 내는 풍금소리,
그대 튕겨 내게까지 오고있는
더딘 사랑이여-

돌아갈 것이다
살진 구름 밖에서, 구척 장신의 어둠 속에서
어리석은 반란의 웃음소리
무너져 내리듯 무너져 내리듯
쓸개도 없이 놓여날 것이다
나는 섭섭히 돌아보며 승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