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9일 목요일

비의 발라드

비가 오면 그대를 만나고 싶다
끝없이 끝없이 빗물을 바라보고 싶다
빗물 속엔 생아편이 들어 있어
비몽사몽 흔들리는 마음
불현듯 눈을 감고 환각여행을 떠난다
비가 오면 그대 가슴으로 길이 열린다
그 길을 따라 조심조심 걸어가고 싶다
함초롬이 젖은 풀잎들 위에
나를 걸어두고 싶다
비가오면 어디론가 흘러가고
우리들의 몸에선 원시인의 향기가 난다
빗물을 바라보면 속삭이지 않아도 가슴이 젖는다
젖은 가슴을 말리기 위해 동굴을 찾는다
커피 잔에 떨어지는 빗소리
빗소리 속에 돌아온 시간들이 우리들을 취하게 한다
비가 오면 침묵하고 싶다
사람이 만든 모든 언어는 잊어버리고
그대와 함께 빗물을 바라보고 싶다
빗물 속엔 생아편이 들어 있어
비몽사몽 흔들리는 마음
불현듯 눈을 감고 환각여행을 떠난다.